1. 시의 배경 설명
머리카락 한 가닥. 아주 작고 미미한 것으로 시를 써보았다.
도서관 간 날에 두통에 몸살이 겹쳐 정신이 몽롱해서 그런지, 떨어진 머리카락 하나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소재가 너무 간단했나 싶긴 하지만, 시를 끊기지 않고 썼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ㅎㅎ
2. 합평시 뜯어보기
한겨울의 포근한 일요일,
추천받은 시집을 읽으러 도서관에 갔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누가 볼세라 고개를 숙이고
한 줄기 시구가 번쩍 뜨이면
이마가 절로 들렸다
- 1,2연
[향했다 → 갔다]
'가다'가 좀 더 동작이 완료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바꾸신 듯하다.
[내리꽂히면 → 번쩍 뜨이면]
시구가 머리에 내리 꽂힐 수도 있지만, 눈이 번쩍 뜨인다는 것을 '시구가 번쩍 뜨인다' 라고 표현하셨네. 교수님은 주어와 서술어를 색다르게 배치하시는데 능숙하시다.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음 좋겠다..!
일어서는데
의자에 머리카락이 흘렀다
↓
일어서는데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렸다
- 3연
의자가 중요한 건 아니니. 나도 쓸까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썼는데, 역시나 생략되었군~
다음 연에서 한 올이라는 걸 알 수 있기에 양사는 굳이 쓰지 않는데, 교수님은 오히려 다시 살려두셨다.
눈길 닿으면 이내 치워질
아무에게도 의미 없을 선 하나인데
이것도 흔적이라고
남겨두고 싶었다
↓
아무에게도 의미 없는 한 꺼풀인데
가느다란 체온이지만
남겨두고 싶었다
- 4연
머리카락이 흘러있는 걸 보았을 때, 책을 읽다가 갔다는 흔적처럼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털어서 치워냈을텐데, 이번엔 그냥 둬보고 싶었다.
[눈길 닿으면 이내 치워질] - 다음 행에도 그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생략.
[가느다란 체온] - 맞아, 머리카락은 원래 신체의 일부였으니. 미미한 체온이라고 표현하니까 훨씬 신체의 일부였던 것 같아 보인다. 단어에서 가느다란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한 표현~ 멋져!
해 아래 발자취 남기는 것이 대수인가
적고 그려둔들 떠나면 무슨 의미 있으려나
한 가닥 머리칼조차 쉽게 쓸어내지 못하고
걸어나온 발걸음에 알았다
교수님께서는 합평 때 '부연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은 거의 지워주신다. 구구절절 써놓는 것은 시의 특성인 간결함과 함축성에 어긋난다고 보시는 듯하다.
마지막 두 연도 '머리카락을 왜 남겼을까?' - 에 대한 설명이므로 깔끔히 삭제되었다~ 그런데 이것까지 지워내니 시가 무척 간단해져서, 묘하게 부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없는 게 깔끔한 건 분명 맞아... 근데 다른 걸 더 넣자니 애매하단 말이지...
제목이 '한 가닥'인 만큼, 1-2연이 영 거슬렸다. 그래서 내가 느꼈던 최대한의 솔직함을 담아서 쓰기로 했다.
문학회 회장님께 추천받은 시집을 몇 개 읽어보았는데,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독보적으로 두꺼웠다..!
사실 시 창작 수업 전에는 시집을 안 읽어봤다. 그래서 몰랐는데, 시집 한 권에 들어가는 시가 꽤 많다. 대략 3-40개 정도. 그리고 나태주 시인 시집은... 다른 시집 두께의 3배였다.
나도 좋은 시 많이 쓰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카락에 감정을 부여해버린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더 짧아졌지만, 최종 수정한 시가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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