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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창작 수업

시 창작 수업 15 - 모른 채

by Bellot 2025. 1. 10.

요즘은 시를 천천히 올리고 있다.

왜냐면.. 내가 쓴 시가 어쩐지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

 

시 수업 처음 들어갔을 때도 이렇게 부끄럽지 않았는데ㅋㅋ 사람은 초보자일 때보다 중급자쯤 되었을 때 부족함을 더 많이 느낀다는 헬스인들의 말이 맞았다...



1. 시의 배경 설명

우리는 마음속에서 스스로 대화를 많이 하니까, 입 밖에 내지 않더라도 자신만은 늘 듣고 있다. 아이를 가진 여성이 보고 듣는 것에 신경쓰듯, 나도 내가 하고 듣는 말에 늘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주제삼아 시로 써보면 기억에 잘 남지 않을까?


2. 합평시 뜯어보기

우리는 입속에서 말을 씹으며 산다

말을 참으며 산다,
- 1연

말을 씹든, 참든 모두 입속에서 일어난다고 봐도 무방하므로, 앞부분을 삭제.

말을 씹는다 - 보다는, 참는다/ 삼킨다 등의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수정해주셨다.

 

그리고 다음 2연이 설명이고, 1연이 결과+실제 행동이다. 한국어는 보통 설명이나 이유가 앞에 나오니까, 1-2연은 일종의 도치 구문이 된다. 그래서 쉼표를 추가해주셨다.


방금 날 치고 지나간 이를 흘기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을 후드리며
놓쳐버린 버스를 눈으로 쫓으며
거스름돈 잘못 센 점원을 깎아보며

어깨를 치고 지나간 이에게 눈을 흘기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을 그냥 바라보고
놓쳐버린 버스를 눈으로 쫓으며
거스름돈 잘못 센 점원을 깎아보기도 하면서
- 2연

1. [날 → 어깨를]

신체 표현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좋은 듯하다.

 

2. [흘기다]

나는 '흘기다'라는 동사는 눈으로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서, '눈을' 은 적지 않았는데, 교수님께서 추가해주셨네. 다시 사전을 뒤져보니 거의 대부분의 예문이 '눈을 흘기다'라는 형태로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부끄러운 시인데도, 작은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늘 수정해주셔서 감사하다. 수정 때 요런 맞춤법을 항상 짚어주신다. 나도 사전을 자주 찾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아직은 갈 길이 더 남았네~ 배울 게 많은 건 재밌는 게 많다는 거지ㅎㅎ

 

3. [후드리며 → 그냥 바라보고]

'후드리며' 가 중간에 한 번 '훈육'으로 바뀌었다가, 문학회 회장님께서 앞의 말을 참는 것과 상반된다는 의견을 주셨다. 최종적으로는 '바라본다' 로 수정. 아무래도 '후드리다'는 좀 애매한 표현이었던 듯하네.


질투에 눈이 멀어 축하 건네지 못한 채
체면 차리려고 아까운 한 입 내려놓은 채
콧대 높아질까 칭찬 기다리는 눈 외면한 채
점잖은 척 부당함 앞에 소리 높이지 않은 채

질투에 눈이 멀어 축하의 말 건네지 못한 채
체면 차리려고 아까운 음식 한 점 내려놓은 채
콧대 높아질까 봐 칭찬 기다리는 눈 외면한 채
점잖은 척 부당함 앞에 소리 높이지 않은 채
- 3연

1. [한 입 → 음식  한 점] / [축하 → 축하의 말]

여기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2. 나는 조사에 대해서는 아직 헤매는 중이다.

[-을 / -이 / -에서] 등의 조사를 자주 생략해버려서, 교수님께서 자주 추가해주신다. 내가 함축성과 간결성을 조사에서 찾으려고 애썼나보다ㅋㅋ

그리고 일반적인 글에서는 조사를 일일이 붙여놓으면, 글이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나는 생략하는 편인데, 시에서만큼은 굳이 생략하지 않아도 되나보다.


입밖에 내지 않고 씹기만 했으니
나처럼 묵직한 사람은 없을거야

이와 혀가 검게 물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다

입 밖에 내지 않았으니
만큼 묵직한 사람은 없을 거야

이와 혀가 검게 물드는 줄
꿈에도 모른 채
- 4, 5연

1. [나처럼 만큼]

'처럼' 과 '만큼'.. 같은 말인데도 묘하게 차이가 있단 말이지.

'처럼'은 '모양이 비슷하다'라는 뜻이고, '만큼'은 정도를 비교할 때 쓰는 조사이다.

 

교수님께서 '만큼'으로 고치실 때, 회장님께서도 맞장구를 치셨다. 그 사이의 난... '뭔 차이지?' 라고 생각했다. 근데 고친 걸 계속 보니 직감으로 알게 된다. '처럼'만 적어두었으면 몰랐을텐데, '만큼'과 비교해서 보니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요런 세부사항ㅠㅠ 합평이 있어서 정말 많이 배운다.

 

2. 제목

마지막 행을 [모르고 있다 모른 채] 로 수정하시면서, 제목도 [무지 → 모른 채]로 바꿔주셨다.

한글이기도 하고 마지막 행과 맞아떨어지니, 훨씬 나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합평시를 받아보니, 2-3연이 좀 긴 감이 있다. 교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고. 한 행씩 빼버릴까 생각도 했는데 그러면 애매할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난 짝수를 좋아한단 말야... 

그래도 일단 한 번 빼볼까나.

 

2-3연에서 의미가 살짝 애매한 행을 하나씩 뺐다. 어느 게 더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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