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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창작 수업

시 창작 수업 17 - 구름

by Bellot 2025. 1. 16.

시 쓴지 4개월... 요번 시는 참 잘 썼다고, 고칠 것이 거의 없다고 칭찬하셨다. 허헛^^

그럼 이제 공모전도 나갈까요?

 

근데 이번에 참 신기했던 게, 내가 뭔가 '아, 아쉽다. 여기를 이렇게 고치면 좋겠는데. 내가 고쳐보니 별로네.' 해서 못 고친 부분들을 교수님께서 콕콕 짚어주셨다. 소름이 돋을 정도;


 


1. 원작시의 배경

어느 날 낮에, 창밖의 구름을 보았다.

아주 기다란 뭉게구름이었는데, 베개 같기도 하고. 솜사탕을 많이 뭉쳐두면 저런 느낌일까? 손으로 잡아 뜯어보고 싶네~ 하지만 구름은 잡아뜯을 수 없지! - 요런 생각의 과정을 시로 짧게 써두었다.

 

그런데 쓰다보니 어쩐지, 내가 가끔 사로잡히는 불안함과 두려움 같은 감정도 구름과 비슷하단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두려움은 비나 눈처럼 내 온몸에 강렬하게 쏟아지지만, 두려움을 꺼내서 '자 이것 봐, 내 두려움이야.' 하고 보여줄 수 없다. 실체 없는 영향력이 구름과 비슷하네~ 싶은 생각을 시로 써보았다. 


2. 합평시 뜯어보기

솜사탕을 뭉쳐둔 듯
가까이서 손을 뻗어
조금씩 잡아뜯어 보고 싶었다

솜사탕을 뭉쳐둔 듯
손을 뻗어 조금씩 잡아 뜯고 싶었습니다
- 3연

[가까이서]

나도 처음엔 안 썼는데, 밋밋한가 싶어서 나중에 넣은 단어였다. 그리고 교수님의 눈을 피해가지 못했다.

 

[잡아뜯어 보고 → 잡아 뜯고]

'~해보고' 보다는 동사형 그대로 쓰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하지만 구름은 만질 수 없다
비와 눈이 들어있어도
손 닿으면 스르르 풀려 흩어질테니

하지만 구름은
비와 눈이 들어 있어
닿으면 스르르 흩어질 것입니다
- 4연

[만질 수 없다]

나도 이 부분을 빼고 싶었다. 그런데 없애버리려니 문맥이 너무 생략되나 싶어서, 삭제를 못하고 그대로 냈다. 교수님께서, 뒤쪽 행에 '스르르 흩어진다'는 말이 있으니, 다음 행에서 넌지시~ 알려주는 형식이면 충분하다고 하셨다. 

 

[풀려 흩어질테니 → 흩어질 것입니다]

'흩어진다' 라는 한 단어만으로도 의미 전달은 충분! 나도 처음엔 '풀려' 만 적었다가, 모자라나 싶어 '흩어진다'를 추가로 넣었다. 음, 역시 비슷한 의미의 서술어를 두 번 쓸 필요는 없구만.


어쩌면 내 안의 두려움도
구름과 같을지,

내 안의 두려움도
구름과 같습니다
 - 5연

[어쩌면]

어쩌면~ ←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지. 교수님께서, 애매한 어투보다는 차라리 단호한 어투가 낫다고 하셨다.

 

[-습니다]

시 전체적으로, '~다' 에서 '~습니다' 체로 바뀌었다. 이거 내가 너무 바꾸고 싶었는데!

 

그래서 원작시를 쓸 때 '~습니다' 체로 시를 하나 더 써봤는데, '구름은 그럴 수 없다' - 여기서 막힌데다 묘하게 이상해서, '~다'를 유지한 채로 제출했다. 그리고 합평 때 교수님께서 짚어주시고 바꿔주셨다. (말씀도 안 드렸는데..! 교수님이랑 통했나봐!)


칭찬도 받고, 내가 손대지 못한 부분들을 교수님께서 모두 고쳐주셨다.

아주 기분 좋은 합평이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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