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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창작 수업

시 창작 수업 14 - 외할머니

by Bellot 2025. 1. 4.

많이 늦어진 14번째 수업 후기.
시를 어떻게 수정할지 고민하다가 두 편이 쌓이고 말았다.


 

1. 원작시 & 합평시

 
 

 

1-1. 원작시 알아보기

이번주는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시를 썼다.

젊은 날에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평생 남편 주정에 맞서 자식들을 지켜내며 산전수전 다 겪으셨다. 외할아버지는 이미 10년도 더 전에 돌아가셔서, 혼자 사시니 외로움을 많이 타신다.

 


2. 합평시 뜯어보기

늙은 몸을 탓한들 어쩔까나
하늘 지고 선 것에 감사해야지
- 1연

 

일부 단어가 수정되었다.  [늙어버린 → 늙은] , [감사해야 할까 → 감사해야지]

 


호미질하는 내 손은 여전히 능숙한데
저녁 먹을 참이면 허리가 저려온다
노을 바라보는 눈빛은 이팔청춘 때와 다름없으나
시린 바람에 눈물이 찔끔 난다

호미질하는 손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노을을 보는 눈빛에 그리움 여전한데
실낱같은 바람에도 눈물이 고인다
- 2연

 

1. 능숙하다 → 부지런하다

우선 한자어에서 한글로 수정되었는데, 교수님께서 이것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 거 같다고 하셨다.

합평에서는 당장 생각이 안 나셨는지, 일단은 '부지런하다'로 두셨다. 음, 뭐가 좋을까나?

 

2. 이팔청춘 → 그리움

'이팔청춘' 시에는 안 쓰는 단어라고..! 합평 때 교수님께서 시에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짚어주신다.

꼭 특정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는 아닌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마음/사랑과 같은 추상성이 강한 단어는 잘 안 쓰는 거 같기도.

'그리움이 여전하다' 라고 하면 설렘이 여전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이렇게 고쳐주셨다.

 

3. 바라보는 → 보는

시어로는 긴 단어를 잘 쓰지 않는 듯하다. 의미가 같다면 좀 더 간단한 단어를 주로 쓴다.

평소엔 산문에 익숙하다 보니 요런 부분이 좀 쉽지 않단 말이지.

 

4. 시린 → 실낱같은

노인이 되면 바람만 불어도 눈물을 잘 흘린다. 약한 바람에도 눈물이 나는 느낌이려면 '실낱같은'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명확하다! 나도 세세한 단어 쓰기가 늘면 좋겠다~


 

어린 볼 쓰다듬으며
남편의 주정도 받아냈는데
깊지 않은 팔자주름은나를 향하지 않네

어린 볼 쓰다듬으며
남편의 주정도 받아냈는데
팔자주름은 언제 찾아왔는가
- 3연

3연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합평에서는 '깊지 않은 팔자주름' 이 '팔자주름은 언제 찾아왔는가' 로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이 자식을 뜻하는 것으로 썼는데... 머쓱

 

팔자주름은 웃을 때 생기는 거고, 깊지 않다는 건 젊다는 뜻이다.

자식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모에게는 아무래도 조금은 소홀해진다. 웃음도 자신의 아이에게 좀 더 향할 수 있고. 그런 의미를 담아 썼는데, 너무 함축적인가?

 

이 부분을 어떻게 써야 본래의 의미가 전달되려나? 아니면 합평에서 수정한대로 둘지 고민이네.


원망해본들
얼굴 위 골짜기만 파이고
멀거니 밖을 내다보면
수천 번 마주한 파아란 하늘 뿐,

얼굴에 골짜기만 늘어나는데
멀거니 밖을 내다보면

파란 하늘뿐,
- 4-5연

1. 원작 마지막 연은 삭제

너무 처량한 느낌이라 삭제.

 

2. 파아란 → 파란

파아란, 빠알간 - 늘여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다.

하긴 이건 산문에서 많이 보이던가? 잘 모르겠네;

 

3. 수천 번 마주한 / 하늘뿐

'~뿐' 은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하셨다. 이것 밖에 없단 뜻으로 한정하게 될 수 있다고.

'수천 번 마주한' 과 조금은 중복되는 의미라, '하늘뿐,' 을 살리고 앞의 수식어는 지우셨다.

 

 


내가 한 번 더 수정할 생각인데, 제목도 좀 고민이다.

 

나는 다양한 화자의 목소리를 빌려서 말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도 꼭 내 입장에서만 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제목이 '외할머니'가 되면, 손주인 내 입장에서 썼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시 내용만 놓고 보면 외할머니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느낌이라 제목과 부딪힌다.

 

 

그렇다고 원제목인 '낡음'을 그대로 쓰긴 좀 약한 거 같네. 아마 그래서 제목을 고치신 듯하다.

 

 

우선 짚어볼 사항들을 알아보았으니, 수정해서 다시 올려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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