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어진 14번째 수업 후기.
시를 어떻게 수정할지 고민하다가 두 편이 쌓이고 말았다.
1. 원작시 & 합평시
1-1. 원작시 알아보기
이번주는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시를 썼다.
젊은 날에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평생 남편 주정에 맞서 자식들을 지켜내며 산전수전 다 겪으셨다. 외할아버지는 이미 10년도 더 전에 돌아가셔서, 혼자 사시니 외로움을 많이 타신다.
2. 합평시 뜯어보기
늙은 몸을 탓한들 어쩔까나
하늘 지고 선 것에 감사해야지
- 1연
일부 단어가 수정되었다. [늙어버린 → 늙은] , [감사해야 할까 → 감사해야지]
호미질하는 내 손은 여전히 능숙한데
저녁 먹을 참이면 허리가 저려온다
노을 바라보는 눈빛은 이팔청춘 때와 다름없으나
시린 바람에 눈물이 찔끔 난다
↓
호미질하는 손은 여전히 부지런하고
노을을 보는 눈빛에 그리움 여전한데
실낱같은 바람에도 눈물이 고인다
- 2연
1. 능숙하다 → 부지런하다
우선 한자어에서 한글로 수정되었는데, 교수님께서 이것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 거 같다고 하셨다.
합평에서는 당장 생각이 안 나셨는지, 일단은 '부지런하다'로 두셨다. 음, 뭐가 좋을까나?
2. 이팔청춘 → 그리움
'이팔청춘' 시에는 안 쓰는 단어라고..! 합평 때 교수님께서 시에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짚어주신다.
꼭 특정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는 아닌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마음/사랑과 같은 추상성이 강한 단어는 잘 안 쓰는 거 같기도.
'그리움이 여전하다' 라고 하면 설렘이 여전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이렇게 고쳐주셨다.
3. 바라보는 → 보는
시어로는 긴 단어를 잘 쓰지 않는 듯하다. 의미가 같다면 좀 더 간단한 단어를 주로 쓴다.
평소엔 산문에 익숙하다 보니 요런 부분이 좀 쉽지 않단 말이지.
4. 시린 → 실낱같은
노인이 되면 바람만 불어도 눈물을 잘 흘린다. 약한 바람에도 눈물이 나는 느낌이려면 '실낱같은'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명확하다! 나도 세세한 단어 쓰기가 늘면 좋겠다~
어린 볼 쓰다듬으며
남편의 주정도 받아냈는데
깊지 않은 팔자주름은나를 향하지 않네
↓
어린 볼 쓰다듬으며
남편의 주정도 받아냈는데
팔자주름은 언제 찾아왔는가
- 3연
3연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합평에서는 '깊지 않은 팔자주름' 이 '팔자주름은 언제 찾아왔는가' 로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이 자식을 뜻하는 것으로 썼는데... 머쓱
팔자주름은 웃을 때 생기는 거고, 깊지 않다는 건 젊다는 뜻이다.
자식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모에게는 아무래도 조금은 소홀해진다. 웃음도 자신의 아이에게 좀 더 향할 수 있고. 그런 의미를 담아 썼는데, 너무 함축적인가?
이 부분을 어떻게 써야 본래의 의미가 전달되려나? 아니면 합평에서 수정한대로 둘지 고민이네.
원망해본들
얼굴 위 골짜기만 파이고
멀거니 밖을 내다보면
수천 번 마주한 파아란 하늘 뿐,
↓
얼굴에 골짜기만 늘어나는데
멀거니 밖을 내다보면
파란 하늘뿐,
- 4-5연
1. 원작 마지막 연은 삭제
너무 처량한 느낌이라 삭제.
2. 파아란 → 파란
파아란, 빠알간 - 늘여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다.
하긴 이건 산문에서 많이 보이던가? 잘 모르겠네;
3. 수천 번 마주한 / 하늘뿐
'~뿐' 은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하셨다. 이것 밖에 없단 뜻으로 한정하게 될 수 있다고.
'수천 번 마주한' 과 조금은 중복되는 의미라, '하늘뿐,' 을 살리고 앞의 수식어는 지우셨다.
내가 한 번 더 수정할 생각인데, 제목도 좀 고민이다.
나는 다양한 화자의 목소리를 빌려서 말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도 꼭 내 입장에서만 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제목이 '외할머니'가 되면, 손주인 내 입장에서 썼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시 내용만 놓고 보면 외할머니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느낌이라 제목과 부딪힌다.
그렇다고 원제목인 '낡음'을 그대로 쓰긴 좀 약한 거 같네. 아마 그래서 제목을 고치신 듯하다.
우선 짚어볼 사항들을 알아보았으니, 수정해서 다시 올려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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