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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 최애 중드 - 옹정황제의 여인

by Bellot 2025. 3. 19.

 

출처 : 나무위키

최근 블로그에 투투장부주 같은 현대 드라마를 좀 다루었다. 대사로 현대 구어 공부하려고 그랬는데, 솔직히 내 취향 아니다... (첫사랑 환상이라곤 없는 본인)

옛날에 중국인 친구가, [첫사랑 + 물리학과 다니는 순수한 남성] 조합으로 결혼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단 말을 들었을 땐 깔깔 웃었더랬지... 암튼 그래서인지 투투장부주 드라마 자체는 참 좋지만,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은 그닥 안 들었다.

 

최근 유튜브 보다가,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을 소개하는 걸 보곤 냅다 쿠팡플레이를 깔았다. 그런데 옹정황제의 여인이 있는 것 아닌가..! 한 5년 전쯤에도 봤었는데, 그 때는 한국어 자막이 없었다. 쿠팡플레이 건 한국어 자막이 있길래 당장 1화부터 보기 시작!


1. 궁중 암투

宫斗 의 맛을 알아버린 건 고등학생 때. 출산 휴가 떠나신 중국어 선생님을 대신해서, 기간제 선생님이 잠깐 오셨다. 교육용 자료로 보여주셨는데, 세상에... 너무 재밌었다. 내가 봐왔던 사극은 주로 궁궐 밖에서의 전쟁, 국가 건립.. 등 주로 최수종 아저씨 나오는 그런 내용이었다. 하지만 「 옹정황제의 여인 」은 주인공이 궐을 떠나 절에서 생활할 때 빼고는, 철저하게 궁 내부만 배경으로 나온다. 물론 그 궁은 '자금성'.

자금성 (출처 : 나무위키)


2. 원작과 배경

후궁견환전(后宫甄嬛传)이라는 원작 소설이 있는데, 원작자는 청대를 배경으로 삼지 않고 허구의 시대를 설정했다고 한다. 드라마화 과정에서 배경이 청대로 바뀐 것. 넓은 자금성에서 촬영할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청대 옹정제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강희제 - 옹정제 - 건륭제로 이어지는 시기는 청대의 전성기이다. 드라마는 옹정제 즉위 초부터 건륭제 즉위까지 나온다. 옹정제는 즉위 전 후계자 다툼이 있었고, 즉위 이후로도 숙청을 꽤나 했기 때문에 후궁 암투와도 잘 이어질 듯해서 이 시기로 잡은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소설 원작은 잘 모르니 추측할 뿐..)

 

옹정제의 즉위 초 혼란한 국가 내·외부, 황실 친인척 제거, 그로 인한 업무 과다와 주변 세력에 대한 의심 등이 잘 섞여서 표현되었다. 

옹정제로 나온 진건빈 (陈建斌)


3. 주인공 견환

주인공 견환으로 나온 손려(孙俪)

현명함과 인내의 화신, 주인공 견환.

수녀 간택에서 발탁되어 험난한 후궁 생활 끝에, 황태후까지 오르는 인물이다. 때를 보아 기다릴 줄도 알고, 가끔씩은 시녀와 함께 대범한 장난도 치고. 위 사진은 극 초반 입궁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모습이다.

 

여러가지 변화를 겪으며 화장이 조금씩 변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엔 적당히 참아 넘겼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꼭꼭 복수해줌.) 견환이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4. 내가 좋아하는 인물

화비로 나온 장흔 (蒋欣)

화비는 모든 회차에 등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파급력이 압도적이라 시청자들에게 '화비'로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한다.

 

경국지색에 빵빵한 집안(오빠가 뛰어난 무신) + 황제가 친왕이었던 시절에 들어와 오래 본 정까지. 극 중에서 황손은 낳지 못했으나 황제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은 후궁이다. 총애를 이용해 다른 후궁들을 적잖이 괴롭히는데, 옹정제도 알고는 있었으나 '날 사랑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거겠지' 하고 즉위 초반까진 적당히 보아넘겨 줄 정도.

 

그러나 총애가 살짝 비껴가면 밤을 지새우며 운다. 황제 앞에서만큼은 정말 진심인 모습이라 안타깝기도 하면서 표독스럽게도 보이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잔인하지만 마냥 못됐다고는 할 수 없는 특이한 인물. (근본적인 원인은 황제에게 있기 때문..)


+) 후궁의 품계

아무래도 후궁이 많이 등장하니 품계도 다양하게 나오고, 호칭도 아주 가지각색이다. 극을 보는데 적당한 정도로만 이해하자면, 후궁 품계는 다음과 같다.

 

황귀비(皇贵妃) > 귀비(贵妃) > 비(妃) > 빈(嫔) > 귀인(贵人) > 상재(常在) > 답응(答) > 관여자(女子)

같은 품계라도 황제로부터 봉호를 하사받으면 더 높게 친다. (주인공은 '견 상재(상재 견씨)'가 아닌 '완 상재'로 시작)

 

'본궁'이라는 말 참 많이 나올텐데, 빈 이상의 정비가 되어 한 궁의 주인이 되면 '본궁'을 1인칭으로 쓸 수 있다. 


2011년 드라마를 2013년에 처음 보고, 지금은 3번째 보는 건데도 여전히 재밌었다. 대사 하나하나 허투루 쓴 것이 없고, 복선이 촘촘하게 깔려있다. 사람의 악독한 면과 그렇게 된 연유도 놓치지 않고 풀어주니, 76화가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좀 신기하고 웃겼던 부분은, 여타 드라마처럼 긴장감을 고조한 채로 한 화를 매듭짓지 않는단 거다. 시간 되면 그냥 칼같이 끊어서 처음 볼 때는 좀 당황했었다. 그래도 괜히 끝에서 궁금증 유발하려고 장면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이 없으니, 오히려 드라마 전체 회차가 매끄럽게 연결되는 면이 있었다. 

 

 

모든 사진은 나무위키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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