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롄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이 날은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둘러보았다. 오후에는 비가 온대서 한낮에만 자전거 빌려 타고, 카페에 가서 쉬기로 했다.
상해에서는 자전거를 自行车(zi4 xing2 che1)라고 하던데, 대만에서는 單車(dan1 che1)라고도 하더라. 근데 뭐.. 둘 다 써도 됩니다.
1. 자전거 대여
화롄은 유바이크가 없어서, 개인이 하는 곳에 가서 빌리면 된다.
나는 숙소와 기차역에서 가까운, 檸檬單車出租(위치 링크) 여기 가서 4시간 100위안에 빌렸다. 9시 10분에 빌렸는데, 넉넉하게 1시 30분까지 해주셨다!
앞에 바구니와 휴대폰 넣을 곳이 있고, 잠금장치도 하나 주신다. 구글 지도의 자전거 길 안내를 보면서 갔는데, 치싱탄 가는 길이 아주 장관이다. 고개를 살짝만 돌리면 맑은 하늘 아래 산세가 멋지다.
2. 칠성담 (七星潭)
七星潭(qi1 xing1 tan2), 중국어 발음 그대로 읽으면 치싱탄이다. 구글 지도에도 Qixingtan Beach(위치 링크)라고 나온다.
터미널에서 버스 타면 금방 가는데, 다시 돌아오는 경로는 빙빙 돌아서 오더라. 그래서 자전거를 빌렸지!
나는 대만 여행하며 본 풍경 중에, 치싱탄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맑은 날에 가면 너무 예쁜 치싱탄! 여기는 모래사장 아니구 몽돌 해변이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구름과 주변 산세를 감상하는 시간이, 정말이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근데 햇볕이... 이 날 22도였는데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 이 날 손등도 익고 두피, 광대도 익었다. 그래도 난 화롄 또 간다면, 양산이랑 모자 쓰고 꼭 여기 다시 갈거야..!
3. 태평양공원 (太平洋公園)
여기는 화롄 시내와 가까운 곳이라, 야시장 가기 전에 한 번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아까 치싱탄은 몽돌 해변이었는데, 여긴 바위 해변이다. (태평양공원 위치링크)
벤치가 곳곳에 있긴 한데 바위로 가서 앉아야 파도 치는 소리가 잘 들린다.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치싱탄보다 파도가 세서 얼굴에 좀 날릴 정도였다. 파도가 철썩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1시쯤 자전거 대여소로 출발해서 제 시간에 반납했다.
내가 여행 중 자전거를 탄 건 이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자전거는 가끔 버스 안 올 때 좋은 선택이긴 한데, 대만이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수많은 오토바이와 같은 차선을 써야 하고, 길에 주차된 차가 많아 자전거가 서툰 사람은 좀 위험하다.
4. Coffee Moon (咖啡木)
나는 카페에서 바깥 구경 해가며 책 읽는 걸 좋아한다. 바닷가 카페를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카페를 찾았는데, 대만은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더라...
한국은 경치 좋은 곳이면 대형카페가 줄줄이 들어서 있지 않은가? 근데 대만은 그런게 별로 없다. 타이베이도 강이 흐르니까, 강 끼고 대형 카페 없으려나 해서 찾았는데 못 찾았다.
그래도 바닷가 카페니까 바다 좀 보이지 않을까..? 도로만 보이더라. 카페 위치는 여기!
카페 공간이 상당히 협소한 편이라, 처음엔 자리가 없어서 나왔다. 근데 다른 손님들이 나오시면서, 아가씨 우리 이제 가니까 자리 있어요 들어가요~ 하셔서 도로 들어갔다. 초코라떼 아이스로 시켰는데 예술적인... 쟁반에 나왔다.
그리고 고양이가 있는데, 사람들 사이를 느긋하게 돌아다닌다. 내 앞에도 한 번 왔는데, 店長(점장) Mini 라고 적혀있다. 이 점장님은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다.
5. 동대문야시장(東大門夜市)
사실 야시장은 어제 갔는데, 타이루거 협곡 글이 너무 길어서 오늘로 뺐다.
동대문 야시장(위치 링크)은 화롄 시내, 바닷가 쪽에 위치한 야시장이다. 대만에서 갔던 야시장 중에 길이 제일 넓었다. 야시장 대부분 길이 좁아서 사람 많으면 밀려다녀야 되는데, 여기는 길이 넓어 그런게 전혀 없었다.
여기 보면 도로 말고, 녹색 얇은 선 전부 야시장이다. Yi Da Shaved Ice Dessert 여기 빙수인지 아이스크림인지 유명하대서 갔는데 문 닫았더라ㅠㅠ 그리고 위치도 좀 더 남서쪽입니다...
저 아이스크림집 북동쪽 길이 커다란 공원이라서, 저기 앉아서 먹으면 된다. 앉아서 먹을 곳 있는 거 좋아!
6. 화롄철도문화공원 (花蓮鐵道文化園區)
버스 시간이 좀 남아서 (잘못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버스 정류장 주변을 둘러봤는데 웬 입구가 하나 있었다.
처음엔 관공서인가 했는데, 철도 문화 공원이었다. 옛 화롄 기차역이었던 곳이라고 한다. 일본풍 목조 건물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낮에 가면 봉사자분들이 설명을 해준다고 하던데, 난 저녁에 가서 아무도 없는 건물만 둘러보고 왔다. (철도문화공원 위치 링크)
철도문화공원은 가기로 계획한 곳은 아니었는데, 구글맵에 또 낚여서 덕분에 가게 된 곳이었다. 원래는 카페 갔다가, 야시장 앞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숙소로 갈 예정이었다.
구글맵에서는 왼쪽 사진 위치에서 타면 돼! 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오른쪽 사진의 위치에서 탔어야 했다. 그래서 숙소 가는 버스 못 탔다. 한 대 보내고 나서야 정류장을 잘못 찾았단 걸 알았는데, 다음 버스가 40분 뒤에 온다더라. 숙소까지 35분 걸어갔다. 부들부들...
가오슝부터는 구글맵과 台灣等公車 어플을 반드시 상호 대조한 다음 버스를 탔다. 아무래도 구글맵은 상,하행 정류장 이름이 같은 경우를 구별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화롄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내일 아침에는 가오슝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이제 다시 고층 건물 사이에 둘러싸이게 되겠지...
예전엔 '대도시가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여행하기 좋다!' - 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이 생각이 변했더라..? 자연의 초록색과 푸른색을 눈에 담는 건, 도시의 네모난 건물들을 보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2017년에는 타이베이 101빌딩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정말 멋졌다. 하지만 2024년에는 화롄의 산과 바다를 보는게 더 감동적이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화롄은 먹을 게 많지도 않았고, 커다란 쇼핑몰도 없고 빨리 가는 전철도 없었지만 참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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