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여행 마지막 날이 밝았다.
원래는 여행 마지막날까지 타이난에 있다가 바로 타오위안 공항으로 갈 생각이었다. U.I.J 호텔이 예약 당시 인기가 많아 우선 3박만 예약하고, 1박은 현장에서 추가 결제하기로 결정했다. 근데 숙소 상태도 그렇고(마음에 안듦), 3박 동안 갈만한 곳은 충분히 다 가겠더라.
그래서 내일은 타이중에서 후다닥 관광지 투어를 하기로 하고, 어제 밤에 전철역 근처로 타이중 숙소를 하나 잡았다. 근데 문제 생김^^ 이 사연은 잠시 후에 계속
1. 치메이 박물관 (奇美博物館)
奇美博物館(qi2 mei3 bo2 wu4 guan3), (위치 링크)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의 물질화. 찬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치메이 그룹 창립자 許文龍(xu3 wen2 long2, 그대로 발음하면 쉬원룽)선생이 박물관 건축 후 타이난 시에 기증했다고 한다. 박물관도 크고 멋지지만, 박물관 주변 공원이 아주 멋지게 조성되어 있다. 현지인, 관광객 모두 소풍 겸 관람하러 많이 온다.
타이난은 고속철도역이 도심과 뚝 떨어져 있다. 도심에서 치메이박물관을 거쳐 고속철도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나도 해당 버스 타고 박물관에 갔다.
관람 후 비행기나 고속철도 탈 일 있으면 짐 들고 그대로 와도 된다. 박물관 1층에 캐리어 들어갈만큼 큰 사물함도 있어서, 캐리어 끌고 오는 사람도 좀 있었다.
실제로 가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다. 잔디밭과 나무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으며, 물 위 교각에는 올림포스 신 동상이 늘어져 있다. 창립주 할아버지 그리스신화 좋아하셨나보다 - 하고 구경하면서 들어갔다.
1층 들어가서 바로 오른쪽에 매표소가 있다. 상설전은 200위안(약 8,600원), 특별전까지 다 보면 350위안(약 15,000원). 클룩 같은 곳에서 예매하고 올까 생각했는데, 현장가와 똑같더라. 그래서 난 현장에서 상설전 표 구매했다.
1층 입구 양쪽으로 물품보관함이 있다. 입구 기준 왼쪽 보관함에 캐리어 들어가는 큰 사물함이 있다. 나는 자그마한 가방밖에 없어 제일 작은 사물함을 썼는데, 10위안 동전 넣는 열쇠 사물함이었다. 열 때마다 10위안 도로 뱉어준다.
전시관은 1, 2층인데 입장은 1층 개찰구로만 가능하다. 관람 중간에 나와도 다시 들어갈 수 있다. 다시 들어올 거라고 말하면, 팔에 도장 찍어준다.
1층 오른쪽(입구 기준)은 자연사 전시관, 왼쪽은 무기 전시관이고,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로댕관이 따로 있다.
2층 오른쪽은 음악, 왼쪽은 그림을 전시한다. 그리고 중앙 복도 곳곳에 조각상이 있다.
내가 사진을 정말 안 찍긴 한데, 전시품도 거의 안 찍어와서 보여줄 게 없군.
2층 Fine Art 전시관의 유화인데, 전쟁 나가는 헥토르를 붙잡는 안드로마케 - 를 그린 그림이다. 나는 그리스 신화 좋아하기도 하고 실제로 보니 정말 생동감이 넘쳐서, 이 그림만 찍어왔다.
유화가 엄청 많았는데, 대부분 성서나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그림이 많았다.
유화는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참 신기하더라. 살짝 떨어져서 보면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칠해진 부분이 생각보다 두껍고 덧칠된 부분도 많았다. 옷 주름까지 세세하게 표현되어서, 손을 뻗으면 옷을 쥘 수도 있을 듯했다.
점심은 박물관 1층 세븐일레븐에서 도시락을 하나 샀다. 박물관 옆 잔디밭에서 먹으면서, 공원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생각이었으나...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내일 숙박할 타이중 숙소를 어제 아고다에서 예약했는데, 현지 번호를 깜박하고 안 썼더라. 숙소와 아고다 팀에서 메시지가 와르르 와있었다.
급하게 회신하면서, 아침에 도착할 예정이니 짐 보관을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런데 24시간 데스크 아니라고 오후 1시 전에는 짐을 맡길 수 없다는 답이 왔다..! 주변에 짐 보관 가능한 곳 있냐고 물었는데, 아마 전철역에 있을 거에요! 라고 하더라. 아마..?
마지막 날엔 타오위안 가는 고속철도를 타야 했던데다 투어 집합 장소가 타이중 고속철도 역이라, 전철역 근처 숙소로 잡은 거였는데... 짐 보관 추가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전철역 근처 숙소를 잡은 의미가 없었다.
무료 취소 가능한 숙소였던지라, 취소하고 새로 잡을지 말지 고민하면서 소풍 분위기를 싹 날려먹었다.
계속 숙소 문제만 생각하고 있으니 오히려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숙소 무료취소는 오늘 안에만 하면 되니까, 잠시 잊고 관람을 마저 하기로 했다.
2층 음악관으로 들어가서 악기를 구경하는데, 자원봉사자분과 눈이 마주쳐서 꾸벅 인사를 했다. 근데 갑자기 음악소리가 들렸다. 잉?
스크린 여러 개에 악기 연주자가 한 명씩 나타나더니, 관현악 연주회가 열렸다!
옆에 선 자원봉사자분께서 이 스크린들 맞은편에는 지휘자도 있다고 했다. 정말 지휘자 스크린도 있다!
알고보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있었다. 나는 2시 55분쯤 음악관 들어갔다가 운 좋게 SERGERI PROKOFIEV의 Montagues and Capultes 연주를 들었다.
음악관을 마지막으로 박물관 관람을 마쳤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서 타이중 숙소 건을 해결했다.
타이중 일반기차역과 고속철도역은 좀 떨어져 있는데, 타이난처럼 많이 멀진 않다. 그래서 숙소를 아예 타이중 일반기차역 근처로 변경했다. 24시간 데스크 있는 곳으로! 타이난에서 타이중 가는 것도 일반기차 이용하는 게 좀 더 편하다.
아고다 예약하면서 번호 누락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빠트려서 생긴 일이었다. 문제가 생겨서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잘 된 일이었다. 내가 캐리어 끌고 멀리 이동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2. 하야시 백화점 (台南林百貨)
하야시 백화점은 내부에 볼 게 많은 곳은 아니다. 크기도 자그마하지만, 설립 당시에는 시내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었다. 여기에 타이난 최초의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위치링크)
층수 나타내는 저 오래된... 쟤를 뭐라고 부르지? 계기판? 암튼 신기하다. 탑승인원 5명 제한 있다. 근데 여자만 탄다면 6명까지도 탈 수 있더라.
백화점이라기보단 소품+기념품 가게에 가깝다. 근데 대부분 일본풍이라 안 샀다. 대만에서 일본 느낌 소품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
이 날 저녁엔 도소월 한 번 더 갔다. 너무 맛있어...
타이난은 사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인상이 강하게 남는 곳은 아니었다. 볼 게 많은 것도 아니었고, 첫인상은 숙소가 와장창 깨먹었지.
하지만 대만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여행지였다. 1600년대부터 [네덜란드 - 동녕국 - 청나라 - 일제]로 통치 세력이 변화했단 걸 타이난에 와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이 섬을 다스리려는 사람들은 다 바다 건너에서 왔는데, 대만에 사는 사람들은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족 이주민과 원주민의 시각 차는 어떨까? 알면 알수록 궁금한 점이 생기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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