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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창작 수업

시 창작 수업 6 - 잠패롱

by Bellot 2024. 10. 17.

 

 

[화] 16:00 안현심의 시창작 아카데미

롯데문화센터입니다.

culture.lotteshopping.com

 

이번주는 바빠서 수업엔 못가고, 시만 제출해서 합평본을 받았다.

수업에 가지 않아도 합평을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하다.

 


(원본) 잠패롱

눈을 감는다

 

지난 일 주마등처럼 스치고

다가오는 하루 어떻게 살아낼까

걱정이 밀려오면

속절없이 휩쓸려간다

 

소풍 가방을 싸둔 아이처럼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자리는

어린 시절 것보다 포근한데

마음은 까슬거린다

 

가볍기만한 눈꺼풀

애써 닫는다

 


 

1. 원작시 뜯어보기

'잠패롱하다' 는 '잠을 설치다' 라는 뜻의 강원도 방언이다.

 

요즘 잠이 안 온다.

낮에 햇빛도 충분히 받고, 야외 활동하고 운동하고 다 한다.

피곤한 채로 눕기만 하면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입면 시간이 30분을 넘기니, 가만히 있어도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다음날이 멋질 거라고 기대하면 잠들 수 있으려나?

 

잠이 안오던 때에 요런 생각들을 모아서 시로 썼다.

다 쓰고 보니 마음에 안들었지만, 쓴 시가 이것밖에 없어 그냥 제출했다.

 


(합평본) 잠패롱

눈을 감는다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다가오는 하루는 어떻게 살아낼까

걱정이 밀려와 속절없이 휩쓸린다

 

시험을 잘 본 아이처럼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자리는

어린 시절보다 포근한데

 

까슬거리는 눈꺼풀

애써 닫는다

 


 

2. 합평시를 뜯어보자

지난 일 주마등처럼 스치고
다가오는 하루 어떻게 살아낼까

지난 일 주마등처럼 스치고
다가오는 하루 어떻게 살아낼까

 

시는 조사 유무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진다.

 

시 강의 처음 들을 때는 '저런 것까지 세세히 고쳐야 하나?' 싶었다.

나는 평소 산문에 더 익숙한지라, 의미가 크지 않은 조사는 쉽게 지나쳐버리곤 했다.

그래서 조사를 빼면 더 간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낭송을 해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지난 일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난 일 주마등처럼 스치고

 

속으로라도 소리내어 읽어보면 느껴질 것이다. '-이' 조사가 추가되면 읽을 때 호흡이 조금 달라진다.

 

그리고 만약 시를 보지 않은 채로 듣기만 한다면 어떻겠는가? 

조사가 있는 쪽이 좀 더 의미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가? 나만 그런가?

 


 

 

교수님께서는 수정 중간, 마무리에 항상 낭송을 해보라고 하신다. 낭송 들으며 조사도 더 고치시고.

 

이번 합평본을 받아보니, 내가 시 쓸 때 낭송을 전혀 안 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버렸다... 머쓱

 

아마 교수님도 아실테지. 그래도 늘 아무 말씀 없이 고쳐주신다.

내가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셨나보다.

 

 


 

소풍 가방을 싸둔 아이처럼

시험을 잘 본 아이처럼

 

나는 다음날이 재밌을 거라고 기대하면 잘 수 있으려나? 싶어서 썼는데, 마음이 설레면 잠이 안 올 수 있지.

그 점을 생각해서 수정하신 듯하다.

 


 

잠자리는
어린 시절 것보다 포근한데
마음은 까슬거린다

가볍기만한 눈꺼풀
애써 닫는다

잠자리는
어린 시절보다 포근한데

까슬거리는 눈꺼풀
애써 닫는다

 

까슬거리는 대상물이 마음에서 눈꺼풀로 바뀌었다.

교수님은 합평 때 좀 더 간결하고 여백의 미가 살도록 수정해주신다.

 

그리고 두 연 중 ' - 다' 로 끝나는 서술어가 1개로 줄어들었다.

비교해서 읽어보았을 때, 원작시는 마무리를 두 번 하는 느낌이 든다. 

이 미묘한 차이... 느껴지시나요?

 


 

이번 수정은 내게 큰 수확이다.

낭송을 안한다는 거... 이전 5번의 수업에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점이다. 

 

합평에 참여하면 표현 방법이 잘 보이고, 참여하지 않으면 형식이 잘 보이네. 모르는 새에 지식이 좀 늘었나?

그래도 다음 합평은 가야지~

 

합평 정말 재밌다ㅋㅋ 일단 교수님의 실시간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제일 좋다.

 

강의실 내 앉는 위치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다. 맨 앞에 앉았을 때는 시와 교수님 설명에 집중된다. 

맨 뒤에 앉았을 때는 다른 수강생 분들의 반응과, 서로 보태는 수정 사항이 더 잘 보인다.


 

이번 합평에 가지 못해 조금 속상했는데, 이것마저도 정답일거라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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