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16:00 안현심의 시창작 아카데미
롯데문화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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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수업~
요번엔 저번주처럼 마음에 안 드는 시 참사를 막기 위해, 시를 3개쯤 써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음에 안들었다...
못 써도 이게 나야..! 그대로 내버리고 합평에 참여했다.
(원본) 시
마음에 빈자리가 없으면
당신을 쓸 수 없어요
당신은 문 너머에서 나를 두드리고 서 있어요
속삭임이 잦아드는 때에
기다렸다는 듯 들어서죠
발 디딜 틈이 없는 마음을 보며
당신은 말해요
너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괜찮아
네 손을 잡으면
나를 빈 종이에 써줄래?
내가 네 마음에 영원히 남도록
1. 원작시 설명
합평 전날 카페에 갔더니,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음악만 들리고 조용했다.
음악을 듣고 앉아있자니 마음이 잠잠해졌다.
'이렇게 잠잠할 때 시가 더 잘 나오려나?' 그런 기분을 그대로 종이에 썼다.
그래서 처음엔 제목을 '빈자리' 로 했는데, 읽고 보니 '시' 자체가 주인공이어서 제목을 '시'로 했다.
결국 시를 의인화한 것이, 주제가 되었다.
(합평본) 시
마음에 빈자리가 없으면
당신을 쓸 수 없어요
당신은 나를 두드리고 서 있다가
속삭임이 잦아들 때
기다렸다는 듯 들어서죠
발 디딜 틈이 없는 갈대밭을 보며
당신은 말해요
네 빈손을 잡으면
나를 써줄래?
2. 합평시를 뜯어보자
당신은 문 너머에서 나를 두드리고 서 있어요
↓
당신은 나를 두드리고 서 있다가
1. [서 있어요 → 서 있다가] 로 변경하면 뒤 행과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2. 합평 때 낭송을 해보았는데, 이 행만 호흡이 길고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교수님은 딱히 손대지 않으셨는데, 집에 와서 보니 '문 너머에서' 는 없어도 되겠더라. 그래서 삭제!
발 디딜 틈이 없는 마음을 보며
당신은 말해요
↓
발 디딜 틈이 없는 갈대밭을 보며
당신은 말해요
교수님께서 '마음'을 '억새' 같은 단어로 바꾸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갈대밭을 쓰기로 했다.
마음을 갈대로 종종 표현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갈대밭에서 놀았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갈대는 군집처럼 촘촘히 나서 그 사이에 발 디딜 틈이 없다.
갈대밭 외에 다른 대체 단어가 있을까?
너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괜찮아
네 손을 잡으면
나를 빈 종이에 써줄래?
내가 네 마음에 영원히 남도록
↓
네 빈손을 잡으면
나를 써줄래?
'너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괜찮아' 좀 미약한 표현이라 삭제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문장은, '나는 너이고 싶어' 라고 수정했다가 아예 빼버리니 낫다고 하셨다.
+) 번외로, 나는 시를 당신으로 부르는데, 시는 내게 '써줄래?' 라고 묻는 부분에서 : '시를 나보다 격이 높은 존재로 설정한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합평 중 '당신'과 '-요' 등의 경어체를 한 번 수정해보았다.
그런데 마지막 연까지 이어지는 게 어색해서 그냥 되돌려놓았다.
당신을 없애버리면 결국 '너', '네' 와 같은 표현이 들어가야하는데, 마지막 연으로 이어질 때 누가 너고 난지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합평 때, 시 자체는 괜찮다고 보신 듯했다.
전체적인 표현은 나도 크게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고쳐나갈 수도 있으니.
이번 수업은 교수님께서 세세한 표현을 다듬으시는 것이 크게 와닿았다.
바꾸지 않았다면 아예 삭제하는 게 나았을 문장까지도 살려내는 느낌이랄까.
글자 하나만 바뀌어도 행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수정 중 '시를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합평 때 늘 하셨던 말씀이지만, 오늘은 아쉬움이 조금 묻어나는 듯했다.
마침 그런 생각을 했던 탓에 그런건지, 그 말씀이 귀에 박혔다.
처음이고, 취미로 시작한 것이지만 너무 공을 안 들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합평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다듬는 단계에서 살짝 느슨해지는 면도 있었다.
앞으로 남은 3번의 합평은 좀 더 다듬어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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