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16:00 안현심의 시창작 아카데미
롯데문화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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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수업날~
이 날은 사정이 생겨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고, 시만 써서 제출했다.
감사하게도 합평해 주시고 수정본을 보내주셨다.
시도 짧지만 글이지 않은가? 쓰다보니 문득 내리꽂히는 깨달음이 있어서, 시 2개는 쓰다 말았다.
다행히 시가 하나 더 나와서, 원작시 취합 5시간 전에 급히 제출했다.
(원본)
찰나
눈 감았다 떴더니 구십이네
이모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세월은 눈깜박임일까
한 날은 길어도 한 해는 짧다
기쁨도 슬픔도
한순간 속에만 있는데
조그만 틈새에
괴로움을 욱여넣으려 애쓴다.
1. 시를 설명해보자
아흔이 다 되어가는 이모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눈 감았다 떴더니 구십이네.'
우리는 매일 시계를 보며 오늘 할 일을 이리저리 생각한다. 놀더라도 그냥 놀 수 없다. 꽉꽉 채워서 알차게 놀아야지! 하루하루 살다보면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한 해가 저문다.
순간마다 울고 웃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는 그게 계속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을까?
우리는 이제 100년쯤은 살게 되었다. 그럼에도 한 사람이 사는 세월은, 우주 안에서 보면 찰나와 같다.
부끄럽지만 지나간 나날에는 두려울 때가 많았다. 다음 순간을 떠올리면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 속에 살았다. 그 괴로움도 지나고보면 다 순간이었네.
그런 생각을 하며 시를 썼다.
(수정본)
찰나
눈 감았다 뜨니 구십이네
이모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세월은 눈 깜박임일까
한 날은 길어도 한 해는 짧다
기쁨도 슬픔도
순간 속에 사는 눈망울,
찰나의 틈새에
나를 욱여넣는다
2. 합평시를 살펴보자
1, 2연은 거의 변화가 없다. 과거형 → 현재형 문체, 띄어쓰기와 마침표 정도.
마침표와 쉼표를 어디에 찍을지 결정하는 건, 아직은 쉽지 않다.
이번은 시가 짧아 수정 사항도 적다.
한순간 속에만 있는데
↓
순간 속에 사는 눈망울,
- 3연
설명을 듣진 못해서 정확한 수정 의도는 모르지만, 이렇게 해석해본다.
사람이 기쁠 때나 슬플 때는 표정이 변한다. 그리고 웃음/울음은 특히 눈에서 크게 드러난다.
명사형으로 마무리한데다 쉼표를 넣어서, 살짝 쉬어가는 느낌의 여운을 준다.
조그만 틈새에
괴로움을 욱여넣으려 애쓴다.
↓
찰나의 틈새에
나를 욱여넣는다
- 4연
사실 찰나의 틈새라고 적었다가, 제목에만 '찰나'를 둘까 싶어서 '조그만'이라고 썼다.
하지만 합평 때는 '찰나'로 수정되었다.
'애쓴다' 라는 동사는 없어도 의미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렇게 합평 때는 삭제해도 무리없는 단어를 몽땅 지워주신다.
원래는 마지막 연에 괴로움 말고 다른 단어를 넣고 싶었다. 근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괴로움을 적었다.
어쨌건 괴로움을 느끼는 주체도, 찰나를 사는 주체도 나 자신이니 '나'로 수정했다고 교수님께서 알려주셨다.
음, 난 이번 시가 함축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낸 듯해서 마음에 든다.
합평 때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으려나 궁금하네.
교수님께서 참석하지 못한 수강생의 시도 수정해주시고, 전화로 알려주셨다.
그리고 먼 길 온다고 격려도 해주셨다.
시에는 괴로움을 담아냈지만,
합평 후에는 따뜻함이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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