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16:00 안현심의 시창작 아카데미
롯데문화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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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수업날~
이번 시는 기대를 전혀 안했는데 칭찬을 받았다.
왜 기대 안했을까요? ^^
(원본)
그리움
보고싶네요,
당신이 보고 싶단 말은 아니고요.
혼자 있으면
공연히 그리울 때가 있어요
전화번호를 뒤집어본다한들
마땅한 사람도 없는데 말이에요
그리움은 소금인형처럼
생각의 바다에서 녹아버릴 거에요
그러니 그리움을
잠시만 안고 있을래요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쳐가네요
모르죠, 어쩌면 나를 수없이 스쳐간
바람이 그리운 건지도요
1. 시를 설명해보자
제출날은 되었는데 시상은 딱히 안 떠올랐다. 그래서 혼자 저녁 먹으며 맥주를 한 잔 마셨다.
가을 초입의 맑은 오후였다. 술이 들어가니 나른해지며, 혼자 있는게 즐거우면서도 뭔가 허전했다.
누군가 보고 싶은 거 같기도, 아닌거 같기도 하고... 그 때 창밖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스쳤다.
살짝은 세차게 부는 바람을 느끼면서, 나는 그대로 펜을 들어 시를 썼다. 이번 시도 10분...
빨리 써야 했다. 이런 기분은 다른 일 하면 금방 까먹기 때문이다. 티비 틀어서 잠깐만 웃어도 가시는 게 그리움이라.
정체 모를 그리움을 다 쓰고 나니, 제출해도 되는건가 망설여졌다. 술 먹고 써도 되나?
시인 중에는 술 먹고 시 쓰는 사람 많았으니까... 게다가 엄청 솔직하게 쓰기도 했으니, 그대로 내버렸다.
내 걱정과는 달리, 주제도 괜찮고 시를 잘 썼다고 칭찬을 받았다. 꺄륵
(합평본)
모르죠
보고 싶네요,
당신이 보고 싶단 말은 아니고요
혼자 있으면
공연히 그리울 때가 있잖아요
전화번호를 뒤져본들
이야기할 사람도 없는데 말이에요
내버려 두면 소금인형처럼
생각의 바다에서 녹아버릴 거에요
그러니 잠시만 안고 있을게요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치네요
모르죠,
나를 수없이 스쳐 간 바람이
그리움인지도요
2. 합평시를 살펴보자
보고 싶네요,
당신이 보고 싶단 말은 아니고요
- 1연
물론 시 전체가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쓴 것이긴 하지만, 1연이 내 기분을 가장 잘 담아냈다.
특정 인물이 보고 싶은 건 아닌데, 뭔가 보고 싶네... 하는 모호한 느낌.
교수님과 수강생분들은, 첫 연이 굉장히 재밌다고 칭찬하셨다.
혼자 있으면
공연히 그리울 때가 있잖아요
전화번호를 뒤져본들
이야기할 사람도 없는데 말이에요
- 2연
1. [있어요 → 있잖아요]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이 든다.
2. [뒤집어본다한들 → 뒤져본들]
뒤져보다, 뒤집어보다 표현은 같지만, 주로 읽을 때 호흡이 길어지는 단어는 수정해주신다.
시는 또 간결한 게 매력 아닌가!
3. [마땅한 → 이야기할]
마땅한 - 단어가 모호한 느낌이라고 수정해주셨다. '이야기할' 이라고 쓰면 좀 더 직관적이다.
그리고 의미가 이어지는 연은 붙여주셨다.
내버려 두면 소금인형처럼
생각의 바다에서 녹아버릴 거에요
그러니 잠시만 안고 있을게요
- 3연
이미 앞부분에서 '이름 모를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므로, 동어 반복을 삭제하거나 다른 표현으로 수정해주셨다.
1. [그리움은 → 내버려 두면]
물론 그리움이라고 써두면 좀 더 명확하겠지만, 수정해도 의미를 알기에 어렵지는 않다.
다시 읽어보니 내가 녹는다는 건지, 그리움이 녹는다는 건지 조금 애매하긴 하네.
마지막 연에서 그것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으니, 일단은 넘어가기로 한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치네요
모르죠,
나를 수없이 스쳐 간 바람이
그리움인지도요
- 4, 5연
1. 시의 제목
내가 정한 제목(그리움)이 나도 조금은 아쉬웠는데, 마지막 연의 '모르죠'로 대체해주셨다.
음, 훨씬 마음에 든다!
2. [그리운 건지도요 → 그리움인지도요]
동사를 명사형으로 바꾸어서, 날아간 제목을 여기에 대신 넣어주셨다.
나는 평서체에 익숙해서 그런가, 명사형을 적재적소에 쓰기가 어렵다.
그래도 괜찮아, 나에겐 합평이 있어..!
역시 솔직한게 최고인가보다.
고대의 유명한 시는 술 먹고 쓴게 많지 않은가? 난 많이 안 먹었어..
요번 시가 잘 되었는지, '이제 시 쓰는 게 감이 좀 잡히죠?' 라는 질문을 받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분 좋으니까 여기서는 감이 잡힌다고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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