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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창작 수업

시 창작 수업 19 - 내버려두세요

by Bellot 2025. 2. 6.

최근 3주 들어 시를 점점 짧고 간결하게 쓰게 되는 듯한데(교수님 영향인가), 그래서인지 수정이 적게 되어서 왔다.

 

내 시는 원래도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다른 분들 시는 표현도 다채롭고 행이 많아서 나도 길게 써보려 하였으나, 한 의미를 두 번 세 번 표현하는 것밖에 안되었다. 또 그런 표현들은 교수님 눈에 띄면 어김없이 잘려나갔고.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편한대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잘 썼다고 칭찬해주셨다. 허헛^^ 혹시 교수님께서 내가 칭찬에 춤추는 고래가 되었단 걸 아시고 일부러 칭찬해주시는 건지 약간 걱정은 되지만, 칭찬을 잘 받아들여서 성장하는 것도 좋은 거니까. 난 순순히 고래가 될래!


원작시 / 합평시


1. 원작시의 배경

밝게 웃는 건 참 좋지. 하지만 상당수 명작과 명곡이 우울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잊는다. 

 

사람들은 참 친절해서, 슬픔을 겪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손을 잡아 기쁨으로 끌어내고 싶어한다. 누구나 우는 것보단 웃는 걸 보는게 좋으니까. 하지만 억지로 웃게 하는 것보단,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진짜 웃음을 기다려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옆에 주저앉아 같이 우는 게 아니라, 그저 한 계절이 끝나기를 지켜봐줄 수 있을까?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나의 겨울을 끝내려 하지 마세요

겨울을 끝내려 하지 마세요
- 1연

교수님께서 '-의' 요런 소유격 조사는 웬만하면 피해 달라고 저번 수업 때 말씀하셨는데, 또 까먹었네. 시를 여러 번 써야 생각이 잘 난단 말이지. 끙...


당신의 여름은 푸르겠지요
활기 넘치는
시끌벅적한 물감으로 칠해 두었겠지요

당신의 여름은 활기 넘치는,
시끌벅적한 물감으로 칠해 두었겠지요
- 2연

여름을 떠올리면 강렬한 색채가 떠오른다. 꽃과 수풀 모두 무성해지니까. 그 초록빛과 푸른빛을 배경으로 해서, 야외활동도 많아지고 옷도 다채로워진다. 그런 심상을 떠올리며 썼는데, 물감과 푸르다는 의미는 약간은 다르게 들리려나?


나의 겨울이 흐릴지언정
얕은 숨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랍니다
엎드려 땅을 뚫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지요

나의 겨울이 흐릴지언정
숨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랍니다
엎드려 땅을 뚫고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지요
- 3연

겨울엔 동면하는 포유류가 많다. 잠을 잘 땐 숨이 얕아지고. 그걸 떠올리며 '얕은 숨'이라고 썼는데, 합평 때는 '얕은'이 사라졌다. 

'뚫고 나가려고 준비하고' - 나는 같은 어미의 반복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 부분은 고집을 좀 부릴까나... 했는데 소리를 내어 읽어보니 '나가려고' 가 읽기에 더 안정적이다. 3연은 소리내어 읽어보니 합평본이 훨씬 편하다.


그러니
추위를 충분히 맛보도록
내버려두세요

그러니
시련을 충분히 맛보도록
내버려두세요
- 4연

나는 추위를 우울감에 빗대었는데, 합평에서는 '시련'으로 바뀌었다. 매서운 추위는 시련과 비견되기도 하니까. 그리고 '추위'는 겨울과 동의어 같은 느낌이 드는데, '시련'은 이들과는 다른 길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음주면 겨울학기가 끝난다. 

가을학기 다 듣고는 재수강을 망설였는데, 지금은 봄학기 재수강 신청을 해두었다. 집에서 재미삼아 시 몇 편 써봤다가 누가 가르쳐주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 궁금해서 가본 게 시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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