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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창작 수업

시 - 당신은 알까요

by Bellot 2024. 11. 12.

10주 간의 가을학기가 오늘로써 끝났다.
문화센터 강의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오늘 수업에 가는 길엔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멀리서 가는 것을 핑계로, 일찍 도착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 때 도착할 시간에 기차를 타도 지연으로 늦게 도착하는 날도 있었고.

그래도 늘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분들을 뵈니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다들 진심이신데 나만 가볍게 생각했나 싶어서.



(원작시) 욕심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하죠
그게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많잖아요
단지에 꿀을 고이 담아두듯
조금만 잡아두면 안되나요?

손 안의 것을 꼭 쥐는 아이 같은 마음이,
우리의 본성이 아니던가요

내 손에 놓아두지 않으면
누군가 먼저 가져갈지도 모르잖아요
내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내 곁에 있지 않을 것 같단 말이에요

이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당신은 모르고서 하는 소리에요




1. 원작시 알아보기

요즘엔 무언가 대상물을 볼 때, 질투 섞인 눈으로 본 적이 종종 있다. 그리고 그게 두려움에서 나온단 것도 알았고.

이젠 나이를 좀 먹었으니, 내 손에 다 쥐고 싶은 그런 욕심이 생겨도 자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남아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서 글을 쓰다가 이런 생각이 들길래, 그대로 시로 써보았다.



2. 합평시 뜯어보기

우선 제목부터. 욕심 - 일상적이고 단순한 언어라, 애교스럽고 보들보들한 시에 안 맞다고 하셨다. 

그래서 '당신은 알까요' 로 수정해주셨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많잖아요
단지에 꿀을 고이 담아두듯
조금만 잡아두면 안되나요?

세상에는 갖고 싶은 것이 많잖아요
단지에 꿀을 담아두듯 잡아두면 안 되나요?
- 1연

 

1. [재미있는 것 → 갖고 싶은 것]

1행의 비운다 - 와 대응되게 수정하였다.

 

2. [조금만] 삭제

조금만 잡아두면 안돼요..? 라는 애교스러운 느낌이 너무 강해서 삭제.


1연을 읽고서 굉장히 애교가 묻어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젊어서 괜찮다고 해주셨다ㅋㅋ


손 안의 것을 꼭 쥐는 아이 같은 마음이,
우리의 본성이 아니던가요

손안의 것을 꼭 쥐는 아이 마음이
우리의 본성 아닌가요
- 2연

 

1. [아이 같은 마음]

~ 같다 라는 직유보다는, [아이 마음] 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바꿔주셨다.

 


내 손에 놓아두지 않으면
누군가 먼저 가져갈지도 모르잖아요
내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내 곁에 있지 않을 것 같단 말이에요

손에서 놓아버리면
누가 집어갈지도 모르잖아요
내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달아날 것 같단 말이에요
- 3연

 

1. [먼저 가져가다 → 집어가다]
가져간다고 하니 너무 평이해서, '집어가다', '채어가다' 같은 대체 단어가 몇 가지 나왔다. 

나는 거기서 '집어가다'를 골랐다.

 

2. [있지 않을 → 달아날]
'-않다'가 이전 행에도 있으므로, 동어 반복을 피하기 위해 '달아날'로 대체하는 것이 낫겠다고 의견을 주셨다.


이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당신은 모르고서 하는 소리에요

이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당신은 알기나 할까요
- 4연

 

마지막 행이 바뀌고 나서 시 전체의 느낌이 변했다.
연정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으로 바뀐 것 같단 말이지. 좀 마음에 안 들어...

시일 좀 지나서 다시 들여다봐야겠다. 마지막 행을 유지할지 말지.



(합평시) 당신은 알까요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하죠
그게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에는 갖고 싶은 것이 많잖아요
단지에 꿀을 담아두듯 잡아두면 안 되나요?

손안의 것을 꼭 쥐는 아이 마음이
우리의 본성 아닌가요

손에서 놓아버리면
누가 집어갈지도 모르잖아요
내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달아날 것 같단 말이에요

이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당신은 알기나 할까요



시가 전체적으로 애교를 부리는 듯하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는 듯하기도 하다.

쓰면서도 그렇단 느낌 들긴 했는데, 왠지 애가 쓴 거 같은 느낌이 드네.

난 애니까! 괜찮아!

 

요번 시는 아이 같은 느낌이 좀 있지만, 그래도 잘 썼다고 해주셨다.

 

그리고 이번엔 시구가 삭제된 부분은 없고 일부분 수정만 되었다.

원래 마지막 연 뒤에 뭔가 더 써보려다가 말았는데, 그러길 잘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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