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친구 블로그에 방문했다가, 이 책의 독후감을 읽은 적이 있다. 독후감을 두어 번 반복해서 읽다보니 재밌어서, 나도 읽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선뜻 빌려주겠다고 했다.
저자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말 많은 소녀'
유튜브/블로그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영상/글을 몇 개 묶어 책으로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 나는 영상을 여러 개 시청하는 것보다 책으로 읽는 것을 좋아해서, 유튜브는 따로 보진 않았다. 출판물이 되는 순간, 미사여구가 어느 정도 잘려나가면서 깔끔한 정보가 되기 때문에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우선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런 종류의 책은 단순한 [읽기-망각]을 넘어서, 자신과 맞는 부분을 받아들여 체화시킬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자신과는 맞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하고 느낀 바와 비교해 볼 수도 있으니, 한 개인의 사상을 아우르는 책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어떤 대목에서는 끄덕끄덕 하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음?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특별히 공감했던 부분과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 등을 다루어볼 예정이다.
1. 내 마음부터 제대로 읽어봐
1장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대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1-3. 겸손과 자격지심은 한 끗 차이
우리나라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덕과 교양이 있는 사람은, 남 앞에 자신을 함부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속담을 과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다소 있는 듯하다.
잘난 사람이 굽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고개가 빳빳하다고 한다. 나도 어릴 때는 '잘난 척하면 안된다.', '늘 겸손해야 한다.' 등등의 말을 듣고 자라서, 저자처럼 칭찬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부정적인 말로 칭찬을 슬쩍 피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본 저자의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실려있다.
그러면 네가 겸손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겸손이 아니라 자존감 낮은 사람이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뭐라고 맞장구를 쳐야 할지 난감하고 그때부터 네가 말한 단점만 보여.
p.33
나도 고등학생 때 정말 좋아했던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칭찬하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여.
'아이 아니에요. 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받아칠 필요 없어.
칭찬에 감사하면서 상대에게 칭찬을 돌려주면 되는거야.
사실 지금도 칭찬에 '네, 감사해요.' 라고 매번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감사히 받을 때는 받고, 나도 상대의 좋은 점을 찾아 칭찬을 돌려주려고 한다.
'겸손과 자기 비하를 잘 구분해야 한다.' 라는 저자의 말이, 크게 와닿았다.
1-8. 일상의 온오프 스위치를 만들어봐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알아서 쉬는 시간을 만든다.
그 시간에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이 나아갈 힘을 충전한다.
p. 66
나는 학생 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몸과 마음이 안 좋았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공부는 꾸역꾸역 하려고 해서 더 오래 지속되었는데,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나 자신조차도 나에게 휴식을 권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어떻게든 날 남과 함께하는 일상으로 밀어넣으려고 전력을 다했다. 나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좋아질거야!' 라는 말은 해도,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야.' 라는 상투적인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내가 들었던 말들 중 가장 아픈 말이었다.
이 문제 때문에 가족을 원망했던 적도 있다. 많다. 하지만 가족들 또한 '휴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원망은 늘 마지막엔 대상을 찾지 못해 내게 돌아왔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알아서 쉬는 시간을 만드는 법이라고 하니까. 원망이 갈 곳이 없는 것도 이해한다.
저자는 일상 속 작은 환기를 추천한다. 교외에 나가 풍경을 감상하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을 방문한다던가 등의, 색다른 환경으로 자신을 데려가 쉬게 해줄 것을 권한다.
이러한 것들은 잠시 지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는 있으나, 몸과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 때는 일상에서 벗어나진 못하더라도, 반드시 자신을 보살피는 활동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
어디 나갈 여유도 없다!(또는 난 집이 좋다!) 라고 한다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잠시 참고해보자.
사람들은 시골이나 해변이나 산속에서 혼자 조용히 물러나 쉴 수 있는 곳을 갖기를 원하고, 너도 그런 곳을 무척 그리워하곤 한다. (...) 너는 네 자신이 원할 때마다 그 즉시 네 자신 속으로 물러나서 쉴 수 있다.
사람이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서 고요하고 평안하게 쉬기에는 자신의 정신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p.68
2. 잘될 수밖에 없는 씨앗 심기
2장은 자신의 발전을 위한, 소소하지만 강력한 습관들을 추천한다.
2-4. 단단한 멘탈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언니, 숨이 차도록 뛰어본 지 오래됐죠?
저는 짜증이 잘 안 나요.
웬만해선 몸이 힘들지 않으니까 무엇이든 수월하게 느껴져요.
p.88
나는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체력, 근력이 바닥을 찍었다. 그나마 20대 들어와서는 헬스장 가서 근력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 덕분에 체성분 검사 결과도 C자형에서 I자형으로 변했고, 자세 교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런닝머신을 싫어해서 유산소를 안했더니, 체력은 전혀 늘지 않더라. 헬스장 다닌지 4년쯤 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고, 오후에는 꾸벅꾸벅 잘 졸았다.
그렇게 온몸이 무겁던 중에, 대학 동아리 모임을 나가게 되었다. 다들 운동 한 가지씩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중 특히 달리기를 하는 친구의 체력이 가장 좋았다. 들어보니 아침마다 뛴다고 하더라. 오, 나도 뛰어볼까?
처음 뛰러 나갔더니 정강이가 아프고 상체가 자꾸 처지려고 했다. 나이키 런 앱의 런닝 가이드를 듣고 뛰는데, 10분 넘어가니 뭐라는지 안 들린다.
그런데 뛴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수면시간이 변했다. 원래 8시간 잤는데 6-7시간 자도 괜찮다. 그리고 헬스에서 필라테스로 옮겼더니, 천사같은 목소리로 상체를 지탱하는 코어를 작살내주더라. 똑바로 뛸 만해졌다.
그리고 표정이 변했다. 힘이 없던 눈동자에 생기가 돈다. 내 생각이나 감정을 알아차리는 힘도 더 증대되었다. 몸의 힘이 마음의 힘에도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단단한 멘탈은 이렇게(운동으로) 만들어진다는 저자의 주장. 정말로 그러하단 걸 체험 중이다.
이거 그렇게 긴 책이 아닌데... 내가 할 말이 많아서 한 3편 나오겠다.
나 저자랑 잘 맞을 거 같아. 말 많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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