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을 다녀온 지 2주가 지났다.
이쯤에서 대만 여행을 되짚어 보자. 온통 수다로 가득할 예정이니, 긴 글에 약한 사람은 지나가도 괜찮다.
1. 여행 후 느끼는 혼자 여행의 장점
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건 정말 편하고 좋았다.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유명하다 해도 내가 내키지 않는다면 안 가도 된다.
난 여행 때는 걸어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편인데, 누군가랑 같이 있다면 그러긴 어렵다. 이번엔 혼자라 '여기로 가면 되겠구만' 생각이 들면 바로 걸었다.
그리고 누군가랑 같이 간다면, 대부분 같이 간 사람하고만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혼자 가면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인연이 계속 이어지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20살 때 짧게 했던 유럽여행에서도 도미토리에 머물렀는데, 처음 보는 언니랑 같이 장 봐서 밥도 먹고 했던 게 정말 재밌었다. 대학교 선배님 만나서 여행 계획 없다고(그때도..) 그랬더니, 머리맡에 여행 책자 두고 가신 적도 있었다.
이번에도 치진 섬 페리 타면서 만났던 선생님이랑 얘기했던 게 정말 재밌었다. 혼자 갔으면 아마 말 안 걸어봤을거다. 엄마랑 타이베이 여행했을 때도 한국인 많았지만, 혼자 온 여행객에게 말 걸어본 적 없었으니까.
나는 공책을 챙겨가서 외로움이 느껴질 때는 글을 썼다. 느껴지는 느낌이나 드는 생각이 뭐든 간에 줄줄 쓰다보면, 나 자신과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외로움이 덜해진다. (고뇌가 깊을 경우 더 깊어질 수는 있음) 물론 외로움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둔 적도 있다.
자신이 편한 환경(모국)에서는 외로움이나 불안감이 들면, 벗어나려고 다른 활동을 한다. 운동을 가거나 영상을 시청한다든지, 사람과 얘기를 한다든지 해서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눈을 돌려 잘 덮어둔다.
물론 여행지에서도 그럴 수는 있는데, 모국에서만큼은 아니다. 특히나 혼자 간 여행에서는. 그래서 이번 여행이 나 자신을 이해하고 느끼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2. 여행 후 느끼는 혼자 여행의 단점
우선 정보 탐색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숙소, 교통편 예약이나 가볼 곳, 먹을 거 찾는 것도 다 혼자서 해야 하니까. 그리고 순간순간의 결정은 빠르게 할 수 있지만, 숙소나 관광지 선정 등에서는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되는 건 아니었다.
일례로 타이중 숙소 변경 때, 치메이 박물관 잔디밭에서 고민으로 2시간을 날려먹은 바가 있다.
그리고 난 많이 안 먹으니까, 어딜 가도 다양한 음식을 즐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야시장 갈 때 늘 외로웠다. 훠궈 좋아하는데 많이 못 가본 것도 좀 아쉽고.
숙소나 택시 잡을 때도 혼자는 좀 아쉬웠다. 더블베드룸 잡으려니 비싸고, 도미토리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적었으니... 계속 도미토리에 머물렀기 때문에, 여행 내내 귀마개를 끼고 잤다.
확실히 단점은 시간과 경제적인 측면이구만.
근데 가장 큰 건, 너무 외롭다. 관광지 가서 뭘 보든, 식당에서 뭘 먹든, 숙소를 보고 좋아하든 충격을 받든 얘기할 사람이 없다. 들어줄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
물론 이번 여행은 나를 보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지만, 낯선 이가 가득한 곳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쉽사리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타이난 일정쯤 되니까, 슬 집에 가고 싶었다.
후기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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