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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후기

by Bellot 2024. 8. 8.

인사이드 아웃 2

 

 

2달 전에 본 영화 후기를 이제 작성한다.

난 영화를 거의 안 보는지라, 영화 후기는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책으로 읽던 내용이나 경험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이건 작성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인사이드아웃1

인사이드 아웃 1에 등장했던 감정들 (INSIDE OUT 1)

 

인사이드아웃1에서 어린 라일리가 가졌던 감정들이다. 기쁨, 슬픔, 화, 두려움, 까칠함(짜증)

 

1편에서는, 기쁨이가 거의 감정 주도권을 쥔 채로 슬픔이의 활동 반경을 제약하려고 한다. 자신의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슬픔이의 중대한 역할을 깨닫고, 슬픔이를 포함한 다른 감정들을 인정하며 때에 따라 물러나는 법을 배운다.

 

사실상 이 영화는 라일리가 아니라, 기쁨이가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2. 인사이드아웃2

인사이드 아웃 2에 새로 등장한 감정들 (INSIDE OUT 2)

 

 

하지만 2편은 다르다! 이제 나이를 먹은 라일리에게는, 새로운 감정들이 생겨나게 된다. 불안, 부러움, 당황, 따분함 등의 감정이 새로 등장한다. 그러나 기쁨이는 번번이 끼어드는 불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불안이의 대처는 현실에 잘 먹혀드는 듯하다. 불안이는 라일리에게 새로운 관념을 심어주고 싶어하며, 자신(불안)을 기반으로 한 여러 기억들을 만든다. 

 

여러 기억을 기반으로 드디어 새로운 자아관념이 완성되었다! 이제 관념을 잘 끼워보자.

I'm not good enough. (INSIDE OUT 2)

 

뭔가 이상하다. 들려온 라일리의 말은, 'I am not good enough.' 난 충분하지 않아.

 

이후 기억 홍수를 타고 감정 통제실에 돌아온 기쁨이는, 자신의 소용돌이에 빠져버린 불안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다 같이 힘을 합쳐 라일리를 솔직한 상태로 되돌려놓는다.

 

 

 


 

 

3. 기억과 무의식, 그리고 자신에 대한 관념

영화 초반 라일리는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I am a good person. 난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영화 중반 'I am not good enough. 난 충분하지 않아.ㅠㅠ' 로 바뀌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라일리 기준 2주도 안 되는 시간이다. 기억들이 모여서 '나 자신'에 대한 관념을 만드는데, 생각보다 짧은 시간 내에 새로운 관념이 만들어진단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영화 초반 기쁨이는, 라일리의 자아 관념과 맞지 않는 기억들을 의식 저편으로 날려보낸다. 우리가 잊고 싶은 기억들은 의식 저편에 억눌러 놓고 살듯이.

 

 

그런데 사람의 의식이 약해지는 순간 기억이 뚫고 나온다. 만취한 사람이 옛 기억에 못 이겨 우는 걸 본 적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라일리의 불안이 극에 달했을 때 기억의 홍수는 무의식 저편에서 쏟아져내린다. 그 모든 기억들이 합쳐져서, 최종적으로 라일리의 자아관념을 이루게 된다.

 

기억을 잊고 산다고 해서 정말 잊은 것일까? 아니면 무의식 어딘가에 남아 우리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4. 말 많고 탈 많지만, 그럼에도 기쁨이

영화 1,2편을 통틀어 가장 말이 많은 캐릭터는 '기쁨이(JOY)' 일 것이다. 왜 그럴까? 단순히 '기쁨'이라는 감정 자체가 (다른 감정에 비해) 힘이 많고 의욕이 넘쳐서? 그럴수도

인사이드 아웃 2 포스터



영화 1, 2편에 등장한 9가지 감정 중에서, 우리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감정은 몇 가지나 되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기쁨 외에 감정들에 '좋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아마 '이것도 필요해' 라고 말할 수 있어도, 선뜻 '좋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 걸! 나만 그런가

 

영화 속 기쁨이는 꽤나 독단적인 동시에 진취적이다. 1편에서는 슬픔이를 자주 막아섰으며, 2편에서는 라일리의 기억을 마구 날려보내다 고생도 한다. 하지만 불안이의 폭주를 막아서는 것 역시 기쁨이다.

 

영화를 통틀어서 볼 때, 기쁨이가 매사에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타의 감정들을 이끌며 포용을 배운다. 이것은 불안이도 마찬가지다. 2편 내내 불안이는 기쁨이가 감정 조종장치를 만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기쁨이에게 선뜻 조종장치를 내어준다.

 

 

 

 


 

 

 

 

5. 우리 모두의 친구, 불안이

불안 (anxiety) (INSIDE OUT 2)

 

불안이는 자신의 속성과 결합한 기억들로 라일리의 자아 관념을 만들었다. 라일리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려고. 하지만 라일리의 '난 부족하다'는 관념을 보고는 본인(불안이)도 놀라고 만다. 

 

불안이 혼자서는 라일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었다. 불안이도 1편의 기쁨이처럼, 라일리에 대한 집착을 놓고 다른 감정들과 화합하는 것을 배운다.

 

나는 화, 불안, 슬픔을 느끼면 억누르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울면 지는거야. 여기서 화내면/불안에 떨면 안 돼.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하지만 감정들이 영화 속 인물들처럼 내 안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다들 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나서보았는데, 자신이 나선 게 잘못된 것이란 말을 들으면 얼마나 슬플까?

 

 


 

마지막 경기 도중, 라일리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에서 나오는 솔직한 불안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친구들은 그런 라일리의 불안을 기꺼이 안아준다.

 

우리도 타인의 불안은 곧잘 안아주며 이해해주지만, 자신의 불안에는 그만큼 관대하지 못한 듯하다. 이제라도 불안을 안아준다면, 우리의 불안이도 소파에 앉아 잠시 쉴 수 있을 것이다.

 

 

 


 

1편도 재미있게 봤는데 2편은 더 재밌었다! 영화는 대체로 후속작에 기대가 큰만큼, 첫 작보다는 재미가 없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었다. 보면서 걱정이 스르르 자취를 감추었다. 

 

다들 꼭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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