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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창작 수업

시 창작 수업 2 - 파란에게

by Bellot 2024. 9. 26.

 

 

[화] 16:00 안현심의 시창작 아카데미

롯데문화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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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업날이 되었다.

나는 바다를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을 참 좋아한다. 특히 광안리를 좋아해서, 심심하면 혼자서도 가본다. 그래서 광안리를 주제로 시를 한 편 써서 제출했다.

 
내가 좋아하는 광안리~

 

그리고 내 시는 엄청난 수정을 겪었다. 원본과 수정본을 보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자.


(원본)

파란의 쉼터

너의 큰 눈 속에 온 하늘이 담긴다.

네가 밀려와 부서지는 이 곳은
나의 그리움과 안식이 되고
네 너머에 있는 것을 그려보게 한다.

희고 검은 것이 너를 밟다 가도 
두 팔 나란히 벌려 맞아주고
바람으로 등을 밀어 보낸다.

그 푸르름을 바라보며 묻는다,
언제까지 날 위해 있어줄 것인지

파란이 답한다,
나를 떠올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변함없이 여기로 밀려오겠노라고.


(수정본)

파란에게

 

광안리는 그리움이 크는 곳

네 푸른 등 너머로 내 눈이 자란다

 

나를 두 팔 벌려 맞아줄 때

파란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날 반겨줄 거야

 

네가 떠오르는 한 변함없이 올게

 

말하는 눈 속에

파랑이 넘실거린다

 


 

 

1. 두괄식은 피한다

광안리를 의인화한 것이 내 시의 주제이다.

너의 큰 눈 속에 온 하늘이 담긴다.
원작시 1연

 

하늘과 맞닿은 듯한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 첫 연을 썼는데, 첫 줄부터 수정당했다ㅋㅋ

 

나처럼 첫머리에 주제를 담아내려 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합평 때만 3명

요런 문장은 중간이나 마지막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2. 서로 다른 심상

희고 검은 것이 너를 밟다 가도
두 팔 나란히 벌려 맞아주고
바람으로 등을 밀어 보낸다.
원작시 3연

 

'희고 검은 것' : 겉뜻은 갈매기, 속뜻은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썼다.

그런데 교수님은 몽돌을 뜻하는 것인지 물어보셨다. 잉?

 

나는 미취학 때부터 외조부모님과 갯벌에 게를 잡으러 다녔다.

그래서 늘 바다에 익숙했던지라 '[희고 검은 것]에서는 갈매기를 떠올릴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음, 해안 사람과 내륙 사람은 심상이 다르군.

 


 

사실 해당 부분을 수정한 것은 명확성도 있긴 하지만, 관계를 한 가지로 한정하는 의미도 있다. 이 부분에서만 [갈매기+나 - 바다] 로 관계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나를 두팔 벌려 맞아줄 때
파란에게 묻는다
수정시 2연

 

교수님은 시 전체가 [나 - 바다] 관계 속에서만 전개되게끔 수정하셨다.

(교수님이 진부하다고 바꾼) 제목과도 이어지게 된다.

 

 


 

 

3. 시적 표현

네 푸른 등 너머로 내 눈이 자란다
수정시 1연

 

'바다를 보고 있자면 '저 너머엔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된다.

 

나는 '네 너머에 있는 것을 그려보게 한다.' 라고 했는데, 교수님은 다른 표현을 내놓으셨다.

여기서 속으로 감탄했다. 자라지 않는 것을 자란다고 하는 것! 요런 게 바로 시적허용이다.

 

그리고 평서체를 많이 쓰면 시가 살짝 진부해질 수 있다고 하셨다.

문학은 적고 역사서가 대부분이었던 내 독서 경험이 여실히 드러나버렸다.

 


 

+) 번외

교수님은 내 시가 연애편지 같다고 하셨다.

 

god의 박준형은 바다가 자신을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인종차별 없이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준 유일한 대상이라고.

지구마불2

 

나도 그런 느낌이 느껴지길 희망했는데, 다른 사람에겐 어쩐지 묘하게 들렸나보다.

 


 

나는 내 시가 완전히 달라지더라도, 원작에 대한 고집 없이 합평에 임하기로 했다.

 

원작자가 원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면, 교수님 외의 다른 수강생도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요건 어쨌든 내 시가 아닌가! 합평 이후는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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