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학기 시작~
이번 학기 시는 올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올려야 시 공부를 더 많이 하는 거 같아서, 늦었지만 다시 올리기로!
1. 원작시
숨은 봄
겨울이 미적지근하더니
개구리가 깨어나려 하자
매섭게 들이닥친다
막 들어서려던 봄에게
눈구름을 퍼부어
혼쭐을 내주었다
화들짝 놀란 봄은
제 몸 가리지도 못할
앙상한 매화 가지 너머로 숨어들어서
자신을 샘내는 겨울이
풀리는 강물을 타고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2. 원작시의 배경
23, 24년은 엘니뇨 해(年)여서 대따 더웠고, 25년은 상대적으로 시원한 라니냐 해라고 한다. (24년 중후반부터 라니냐 발생 시작) 그래서 원래는 1월이 추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을 깨고 1월은 아주 따뜻했고 오히려 2월에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쳤다.
부산, 울산, 동부 경남은 눈이 안온다. (길에 제설함도 거의 없음) 그런데 저번달에, 밖이 너무 깜깜해져서 비가 오려나? 했는데 눈보라가 몰아쳤다. 작년에는 2월 말에 매화가 다 피었는데, 올해는 3월 하순에 들어선 지금도 만개가 덜 됐다.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며 쓴 시~
3. 합평시
꽃샘추위
개구리가 깨어나려 하자
미적지근하던 겨울이 매섭게 돌아서더니
폭설을 퍼부으며
혼쭐을 낸다
화들짝 놀란 봄은
앙상한 매화 가지 너머로 숨어들어
풀리는 강물을 타고
시샘도 풀리기를 기다렸다
4. 합평시 뜯어보기
겨울이 미적지근하더니
개구리가 깨어나려 하자
매섭게 들이닥친다
↓
개구리가 깨어나려 하자
미적지근하던 겨울이 매섭게 돌아서더니
-1연
원작시는 뭔가 설명하려는 느낌이고, 합평본은 설명 없이 바로 치고 나온다. 요런 형식으로도 써보면 색다른 맛이 있다고 합평할 때 한 번씩 보여주시는데, 직접 적용하기가 쉽지 않네.
시 고칠 때 1연을 이리저리 고쳐봤는데, 영 평이한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요렇게 행 순서를 바꾸니 아주 새롭다! 다만 2행이 길어진 부분은 좀 고쳐볼까 생각중이다.
막 들어서려던 봄에게
눈구름을 퍼부어
혼쭐을 내주었다
↓
폭설을 퍼부으며
혼쭐을 낸다
- 2연
짧은 시인데다 바로 다음 3연에 '봄'이 나오니, '막 들어서려던 봄에게' 는 없어도 되겠다. 그래서 삭제하신 듯하다. 나는 겨울이 봄에게 눈구름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입장에서 보면 눈구름보다는 폭설이겠지.
사실 폭설로 쓸까 하다가, 눈구름을 살면서 거의 처음 본지라 기억에 남아서 그렇게 썼다. 나는 눈구름이 비구름이랑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사방이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깜깜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비구름은 땅 근처까진 깜깜해지지 않는데.
화들짝 놀란 봄은
제 몸 가리지도 못할
앙상한 매화 가지 너머로 숨어들어서
↓
화들짝 놀란 봄은
앙상한 매화 가지 너머로 숨어들어
- 3연
제출 전에도 2행은 지우실 거라 생각은 했다ㅋㅋ '앙상한 매화 가지' 라는 문구 자체에 '몸이 안가려진다' 라는 뜻이 들어있으니까. 그래도 우선은 남겨둔 채로 제출했는데, 역시나 지우셨다.
나는 매화 가지 너머로 숨은 봄을 생각해서 제목을 '숨은 봄'으로 지었는데, 교수님께서는 '꽃샘추위'로 제목을 바꿔 다셨다. 음, 꽃샘추위 쪽이 담고 있는 의미를 더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니까, 바뀐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자신을 샘내는 겨울이
풀리는 강물을 타고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
풀리는 강물을 타고
시샘도 풀리기를 기다렸다
- 4연
나는 같은 단어를 한 연 안에 쓰는 걸 피하는 편인데, 어떻게 할지 고민되네. 그리고 '기다리고 있다' 도 그대로 유지할까 고민중. 봄... 내 생각엔 아직 안왔다.
5. 최종 수정시
꽃샘추위
개구리가 깨어나려 하자
미적지근하던 겨울이 돌아서더니
폭설을 퍼부으며
혼쭐을 낸다
화들짝 놀란 봄은
앙상한 매화 가지 너머로 숨어들어
풀리는 강물을 따라
시샘도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1연의 '매섭게'는 없어도 될 듯하다. 겨울 끝날 쯤 오히려 춥다는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니까.
그리고 4연의 '강물을 타고' 를 '강물을 따라' 로 바꾸었다. 시 쓰다보면 문장을 끝맺는 '-다' 와 같은 종결어미 사용보다 '-고', '-며' 와 같은 연결 어미 사용이 잦다.
물론 동사를 쓰는 것이 의미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단 점은 좋은데, 연결어미가 많아지면 좀 신경쓰인단 말이지. 그래서 '타고' 를 '따라' 로 바꾸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 4연 안에 '겨울'이 그대로 있으면 '타고' 를 쓰는 것이 나은데, '겨울'이 사라져서 굳이 '타다'라는 동사를 넣을 필요는 없어보이니까... 이렇게 고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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