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 시인들의 시를 묶어 한 권으로 낸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 헤르만 헤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윌리엄 워즈워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 이렇게 5명이다.
이번 글에서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조금 읽어볼까 한다.
1. 사랑이란 세상의 모든 것
사랑이란 세상의 모든 것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모든 것
그 사랑을 우린
자신의 그릇만큼밖에 담지 못하네.
당신의 사랑의 그릇은 어디까지 담을 수 있나요?
나는 이 시를 읽자마자, [람타 화이트북]의 '경험의 훌륭한 가치' 부분이 생각났다. 거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은 오직 자신의 내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
만약 당신이 모든 상황을 살아보고 그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이루었다면, 아무 비판 없이 모든 이들을 쉽게 이해하고 그들이 자신이 되도록 허용하는 것이 쉬워진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들이 되어보았고 만약 당신이 그들을 비판한다면, 당신은 자신을 비판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신은 참된 자비심이라는 훌륭한 가치를 얻게 되며, 당신의 혼 내면에 한없이 깊은 사랑이 머물게 된다.
- 람타 화이트북 p.322
물론 우리가 모든 상황을 살아볼 수는 없지만, 그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면 타인을 이해할 때 아주 편안하겠지. 사실 이런 구절을 알고 있어도 삶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오늘만 해도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그런 말 하지마!' 라고 한 참이다... 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 충분히 그렇게 느낄만하다. - 라는 말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려면, 열린 마음으로 살 것을 자주 떠올리고 의식해야 한다. 최근에 만났던 친구가 평소 구어 습관에 그것을 적용한다고 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 그림을 그리지 않을래요
그림을 그리지 않을래요.
차라리 그림이 될래요.
불가능하다 해도 이 얼마나 달콤한 꿈인지
그리듯 손가락에 느껴지는 것에 감탄하고
진기한 떨림에 달콤한 고통이 찾아와도
화가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요.
.....
시인이 되지 않을래요.
매혹되고 만족하기 쉬운
그런 귀를 가지는 것이 더 좋겠어요.
시를 경외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특권인가요.
내 영혼을 기절시킬 재능을 가지려면
번개와 같은 선율이 필요하죠.
화가/시인이 되지 않고 싶다는 말. 어렵다.
그럼 제가 한 번 그림이 되어보겠습니다.
내가 그림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과감하면서도 다정한 화가의 손길을 느낄 것이고, 나를 향해 고뇌하는 화가의 얼굴을 볼 것이고, 그 하나하나에 담긴 사랑을 느낄 수 있겠지.
내가 완성되면 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있을거야. 날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나를 오랫동안 응시해줄테지. 그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잔잔한 감동을 오래도록 줄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거야.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2연에서는 음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이 음악이 된다면 어떨 거 같나요?
나는 마지막 연의 '매혹되고 만족하기 쉬운 그런 귀를 가지는 것이 더 좋겠어요.' 라는 구절이 참 와닿았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무감각해지는 것이 많아진다. 어릴 때는 정말 신기했던 것들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게 된다. 자그마한 기쁨들을 느끼게 되면 더 큰 기쁨을 찾는다. 요즘 말하는 '도파민 중독' 도 비슷한 맥락이려나?
사실 나는 애 같이 행동할 때 묘하게 기분이 좋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나는 모른다.' 라는 그 태도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그리고 이전에는 접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발을 담가보면, 나는 다시 아이(초심자)가 된다.
사람들이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저 사람들도 다시 한 번 아이가 되고 싶은 게 아닐까?
원래 블로그엔 여행 기록만 쓸 생각이었는데, 친구 블로그를 보고 나도 독서 기록...!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사진이 없으니 어째 맹맹한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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