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학기의 밀린 시를 쓰는 6월, 입하는 지난 지 오래. 망종이 다 되었다.
이번 여름학기는 시 창작 수업을 안 듣기로 했다. 수업을 안 들으면 시를 덜 쓰게 될까봐 좀 고민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은 건너뛰는 게 낫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은 교수님과 함께하는 합평^^을 믿고 시를 제대로 다듬지 않은 채 마감 일자에 쫓겨서 낸 적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내 시를 내가 제대로 다듬지 않으면 그 부분을 교수님께서 떠안게 되어서, 정말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시간상 손대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이렇게는 안돼..!
한 분기는 건너뛴대도 시를 쓰는 것이 이전보다 못해질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또 뵐 수 있지 않을까?
1. 원작시
거울
과거의 해일 속에 허우적대는 저 사람,
잘못을 딛고 화해의 손을 내미는 사람
치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람까지도
내가 거쳐온 모습
세상 사람들은 내 앞에 나타날 때
거울을 들고 나온다
우리는 다른 탈을 쓰고
같은 인생을 산다
2. 원작시의 배경
새롭게 알게 된 가족이 있다. 부모님 친구분들인데, 어쩌다보니 두 가족이 모여 다같이 밥 먹고 생일파티도 하게 되었다. 밥 먹으면 꼭 옛날 얘기가 나오지 않겠는가?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힘든 시간을 보낸 가족이었다. 가족이 되는 걸 연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지 못하니, 누구보다도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도 씁쓸함이 생긴다.
얘기를 들으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한 가족의 세 사람 다 입장이 달랐다. 그런데 묘하게 과거의 내 모습이 자꾸만 겹쳐보이는 것이었다. 상처를 받은 경험이나, 이해를 바라는 것, 그리고 애써 가족과 화해하려는 모습도 다 내가 거쳐온 모습인데. 우리는 다른 몸을 갖고 살면서도 어쩐지 비슷한 인생을 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가 너무 짧게 나올 거 같아서 좀 늘려놨는데, 여지 없이 합평에서 줄어들고 말았다^^ 다음엔 그냥 짧게 써야지.
3. 합평시
거울
지난 시간 속에서 허우적대는 사람, 잘못을 깨닫고 화해의 손을 내미는 사람,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람,
그들은
모두, 내 거울이다
오늘은 합평시 뜯어보기를 하지 않은 채로, 최종 수정시만 적어볼까 한다. 시가 너무 짧아서 뜯어볼 것이 없다^^
1연만 한 번 짚고 넘어가자면, 행 구분 없이 쭉 쓰는 걸로 바꿔주셨네. 가끔 이야기 형식이 되면 이렇게 행 구분 없이 쓰기도 한다.
3. 최종 수정시
거울
지나간 시간 속에서 허우적대는 사람, 잘못을 덮고 화해의 손을 내미는 사람, 아직 낫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
모두,
내 모습이다
이 시는... 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시 처음 쓸 때도 이렇게 난감하진 않았는데 말이지...
그래도 이렇게 남겨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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