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광고와 거리두기)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끄적이기'
이전에는 주로 독서일기에서 나의 생각을 책에서 느낀 점과 함께 기술했는데, 그걸로는 내 안의 주절거림을 다 꺼내놓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런 말 대잔치 류의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했다. 다른 블로그를 하나 파서 몰래몰래 적어볼까.. 했는데 그냥 제일 자주 오는 블로그에 쓰는 게 낫겠다 싶었다. (실제로 다른 블로그 파봤는데 안 쓴다^^)
▶ 너, 환자야
내가 10년 전에 몸이 안 좋았는데, 어떤 분께 들은 말이 있다.
A : ' OO, 너 환자야.'
나 : ' 네 그렇죠, 저 아파요.'
A : ' 아니 그거 말고. 환자의 환 자가 한자인데 쓸 수 있겠니?'
나 : ' (한자 3급 있음) 그럼요. 입 구 2개에 상하로 획 하나 있고, 맨 밑은 마음 심이에요.'
A : ' 맞아, 너 입을 제대로 못 열어서 마음이 아픈거야. 환자는 몸이 아픈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이야.'
물론 '근심 환' 자를 소전체 바탕으로 해석하면 의미가 조금 다르긴 한데, 이 날의 해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때는 나를 마주한다는 개념도 없을 때라 마음 안에 말과 감정이 많이 고여서 힘든 날이 많았다. 그래서 10대 후반에는 상담할 사람을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모든 선생님이 두드리면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지금도 감사하다.
모든 상담이 감정의 크기를 줄여주었다. 하지만 진정 내가 찾는 답은 아니었다.
▶ 마음 놓고 울 사람이 있니?
나는 관계에서 특히나 스트레스가 많았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는 학교는, 나에겐 힘든 공간이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의 거의 모든 담임 선생님께서 자주 신경 써주셨다. 그 중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앞에서 마음 놓고 엉엉 울 사람이 있니?
사실 학생인 입장에서 나처럼 매일 같이 우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물론 앞에서 냅다 울면 친구들은 거의 다 받아줄 것이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내 감정으로 짐을 지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주절거려도 다 받아주는 종이와 스크린에 생각을 유목하기로 했다.
앞으로 끄적이기에 이런저런 두서 없는 글을 올리면서, 과거의 나를 자주 초대할 생각이다. 인간은 두서가 없는 게 특징 아니겠어! 매끄러운 글이 아니더라도 그냥 적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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